영화감상문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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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괴물의 CG장면을 빼면 『괴물』은 생각보다 단점이 많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습니다. 

  우선 영화 『괴물』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부조화가 마음에 많이 걸렸더랬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송강호는 중학교 딸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지요. 평소 똑 부러지게 행동하지 못하는 인상에서 보더라도 그는 권력이나 중심에서 한참 비껴있는 인물상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송강호보다는 똑똑하지만 아버지 변희봉, 세상에 불만 많은 삼촌 박해일, 결정적인 순간에 화살을 제대로 겨누지 못하는 배두나까지 정말 가족이 서로 많이 닮아 있기도 하구요. 

  이 야물지 못한 가족들이 하나 밖에 없는 딸, 손녀, 조카인 현서를 구하려 의기투합해 나섭니다. 국가는 거의 무정부 상태요, 이웃 사람들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아직 살아 있는 현서를 구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한강 대교를 뒤져야 하는데 국가와 사회는 왜 그리 따지는 거 많고 절차가 복잡한 지 좀처럼 선뜻 나서주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송강호가 보여주는 인물은 정말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아마 감독은 이 영화 속에 유머를 적당히 포진하여 따뜻한 가족애를 그리고 싶어했는 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건 이 영화속에 잘 용해되어졌다고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겠다 싶어요. 

  정말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유머를 잘못 사용하면 감정에서 겉돌고 몰입이 되지 않을 수 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그러했습니다. 유머를 다루는데 있어 감독은 어쩐지 많이 서툴러 보였고 그런 분위기가 이 영화를 가볍게 만들 수도 있겠단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거의 많은 재난 영화들의 원인은 알고 보면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의 욕심, 이기심 등이 결국 인간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는 것으로 영화는 항상 우리에게 지나친 욕심과 이기심에 길들여지지 않기를 경종하고 있지요. 『괴물』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 『괴물』이 생기게 된 원인에는 독극물을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고 슬쩍 한강에 흘려보낸 것에 기인합니다. 사소한 욕심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나중에는 커다란 폭풍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다치고 죽게 만든다는 것은 정말 동서고금을 통해 변하지 않는 진리임에 틀림없지요. 

  여기에 국가는 참 무기력하게만 보입니다. 정말 어쩜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밀폐된(마치 국가를 상징하는 듯한) 옷을 입고 소독을 하고 괴물이 출현했던 장소를 봉쇄하는 것 말고 국가가 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때로는 현서를 구하려 동분서주 하는 가족들에게 괴물 다음으로 위협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구요. 

  괴물을 찾아서 현서를 구하기 전에 그들을 오해하고 있는 국가를 설득하려 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긴 삶 자체가 타인으로부터 오해받고 오해하는 과정이라 해도 틀리진 않을 것입니다. 오해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 풀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영화 속의 상황은 지금 촌각을 다투는 때 아닌지,  참 답답하고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기력한 소시민이 손에 총을 들고 활을 들고 적과 싸우는 상황은 지금처럼 복잡하게 분화된 현대사회와는 어쩐지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가족이라는 강하고 큰 끈으로 무장되어 있기에 어쩌면 국가보다 더 조직적일 수 있고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게 현서를 구해냈지만 현서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고 송강호가 피 한 방울 안섞인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대목은 상당히 의외의 결과 선택이었습니다. 가족은 기본적으로 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그렇치 않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으니까.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 ‘괴물이 흥행에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란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다른 사람들은 왜 괴물을 볼까 하는 마음에 클릭해서 보았는데 그 글의 필자는 괴물의 흥행 요소를 개봉관수의 확대 등 주로 외적인 요건에서 찾는 듯 싶었습니다. 똑같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는 영화 코드가 저와 맞아떨어지진 않았어도 객관적으로도 좋은 영화로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데에는 많은 부분 동의했었으나 괴물은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놀랍다란 생각이 들었던 건 구성 내용 등이 아닌 정말 유연하게 한강대교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괴물 하나 때문이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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