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파피용
- 에세이
- 2019. 9. 30.
파피용을 읽고
파피용 독서감상문
파피용은 우주를 주제로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구상해놓은 햇살돛으로 움직이는 우주선을 만들어 1천년동안 14만4천명의 지구인을 선별하여 태우고, 현 지구에서의 멸망을 피해 다른 지구를 찾아 떠나 정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상상 그 이상의 소설이었다.
세계 요트챔피언인 엘리자베트가 이브 크라메르의 차에 치여 회복불가의 상태로 인해 그를 사무치게 미워하고, 본인의 생활 또한 망가지지만 <파피용>의 계획에 그녀를 주인공(이브 크라메르)이 참여시킴으로써 화해를 넘어 결혼에 이르는 부분은 놀라웠다.
분노의 대상을 사랑하는 대상으로의 전환은 끝없는 반성과 인내와 관심, 사랑으로 이루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종종 다큐 프로그램이나 뉴스 등을 통해 원수 사이가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듣게 될 때가 있는 것을 보면, 어렵지만 실천해볼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베르나르 베르베트의 글은 표현이 재미있다.
주인공(이브 크라메르)의 아버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아버지는 꾸무럭거리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버지는 자신이 할 일을 다음날, 다음 주로 …… 미룬 게 아니라 다음 세대로 미루고 말았다.”
그리고 소설의 시작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 또한 1천년후에 세대에게 제2의 지구를 찾아 정착하여 새로운 지구를 만들 것을 미루고 있다.
본인이 발견한 그 별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임을 낙관적으로 확신하면서 말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심장한 낙관인 것 같다.
또한 “그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해결책은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세계 최고 갑부, 가브리엘 맥 나마라를 소개했는데, 이 인물 또한 위기 상황에서 그 낙관적 대처능력을 보여줬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파피용>호를 급히 이륙시켜야 했을 때 상황의 긴급함에도 고양이가 우주범선을 탈 것인가, 새로운 놀이상대에게 갈 것인가 하며 고민하는 장면 묘사이다.
웃음 코드가 곳곳에 있다.
그 웃음코드는 나와 잘 맞았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묻는다.
“천년 후에 도착할 곳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뭐냐고”. 남주인공은 “누군가가 기계보다 직관을 믿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며, 떠나길 잘 했다는 확신이 있다”는 대화가 있다.
남주인공의 검증되지 않은 직관에 의해서 불확실한 미래에 14만 4천명의 지구인을 데리고 우주를 항해하고 있지만, 어쩌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막연한 응원도 하게 되었다.
마무리
소설 말미에는 ‘에야’라는 난청인 소녀를 통해 아담, 야훼, 이브, 사탄(뱀) 등 마치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장면으로 회귀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대신 제2의 지구에서의 시작은 책과 의식, 이미 습득한 문명을 통해 다른 시작임을 보여준다. 이전의 역사를 모두 알고 시작하는 시작은 다를 것임을, 달라야 함을 강조하는 듯하다.
또 다른 기억나는 대목은 <파피용>호 안에서는 사회의 변화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14만 4천명을 선정하여 태웠음에도 우주범선 안에서의 생활은 천국이었다가 지옥이 되기를 반복하는 듯 했다.
평화, 전쟁, 중앙집권화, 분권화, 독재, 전체주의, 무정부, 학살 등 1천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반복됨을 그렸다.
인간의 폭력성과 야만성은 결국 표출되고야 마는 것일까? 한동안 생각해보았다. 과거 <파리대왕>이라는 영화와 내용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 어린 소년들의 무인도 생활은 <파피용>호에서의 사람들처럼 변해갔다.
안타깝지만 가능성이 큰 가설인 것 같다.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우리는 간접체험을 하고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는 지구를 지금이라도 잘 지키기만 한다며, 정치, 경제, 세계 등 균형을 이루고 평화롭게 잘 살아간다면, 멸망한 지구를 뒤로 하고 다른 지구를 찾는 <파피용>호는 없을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7살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고등학교 때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로 된 신문<유포리>를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웰스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가, 1991년 <개미>를 출간,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작가’로 떠올랐다. 다른 작품으로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타나타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들의 제국>, <뇌>, <나무>, <파피용>, <신>, <파라다이스>, <잠> 등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살짝 읽은 적이 있다. <개미>가 베스트셀러이던 시절의 얘기다.늘 그렇듯이 인물이 많이 나오고, 이름이 많이 나오는 소설은 끝까지 읽지를 못했다. <삼국지>도 처음 몇 권, 박경리의 <토지>도 몇 권,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몇 권. 아 재도전해야 하는데, 아직 용기를 못 내고 있다. 아니 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잠시 읽었던 <개미>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개미를 사랑하고 있다”, “개미 백과사전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방대한 자료가 끝이 없었다. 저자가 과학자처럼 보였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사실을 토대로 한 소설 즉 팩션 소설가라고 판단하면 될까? 김진명의 소설 또한 팩션 장르인데, 소설을 읽은 후에는 사실과 허구를 구분 짓느라, 사료를 찾느라 바쁘다. 여하튼 나는 나의 소설 취향을 확실히 발견했다. 모르는 부분을 알게 해주는 지식소설, 기왕이면 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몰입도 높은 소설, 알아야 하는 부분을 강조하여 확실히 머릿속에 입력해주는 소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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